츠타야서점의 라이프스타일

제안하는 능력

 

마츠다 무네아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한다는, 그야말로 디자인의 본질을 이끌어 내는 여정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지적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예로 든 '모든 기업은 디자이너 집단이 되어야한다.'라는 테제에는 장차 기업에 그런 지적인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환경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점에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이 암시돼 있다.
지금까지 기업을 성립시키는 기반은 재무자본이었다. 퍼스트 스테이지나 세컨드 스테이지에서는 '자본'이 당연히 중요하다. 충분한 상품과 플랫폼을 만들려면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비 사회가 변하면 기업의 기반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만으로는 '제안'을 창출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렇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이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재무자본에서 지적자본으로. 그런이유에서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지적자본론'으로 정했다. - 지적자본론 p. 53

 

퍼스트 스테이지 - 물건 대량 생산 시대

세컨드 스테이지 - 플랫폼 시대

서드 스테이지 - 제안의 시대

 

마츠다 무네아키 사장님이 지적자본론에서 말한 '제안' 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보통 제안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는 '영입을 제안한다'던가 '거래를 제안한다' 라는 말을 쓴다.

좀더 생각해보면 '제안'이나 '추천' 등은 결국 그것을 시작한 사람과 그것을 받은 사람이 연결된다는 느낌이 든다.

A라는 사람이 B에게 무언가를 제안한다. 아직 연결되지 않았던 무언가가 연결이 될 수 있는 것을 의미 하는 점에서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제안의 결과는 곧 A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B와의 연결이다.

 


 

츠타야 서점 내부

 

'제안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플랫폼 다음으로 고객이 인정해줄 만한 것은 '선택하는 기술'이 아닐까.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사람. 그것이 서드 스테이지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객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원이다.
그렇기 떄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 디자인은 가시화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여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은 결국 '제안'과 같은 말이다. 우수한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을 내포하고, 표현까지 되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밀봉성이 높은 세련된 텀블러 글라스라면 그것을 선택한 사람에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하고, 섬세한 의장이 들어간 와인글라스라면 때때로 양질의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이아먈로 기획 회사가 완수해야 할 역할이다.
다시 TSUTAYA를 예로 들면, 나는 지난 30년 동안 TSUTAYA의 상품이 DVD나 CD, 또는 책이나 잡지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눈에 보이는 그런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각 상품의 내면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상품이라고 생각해 왔다. 즉 수많은 영화나 음악, 서적에서 설명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 그것이 TSUTAYA가 판매하는 진정한 상품이라는 사고방식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렌털(rental)이라는 형태도 생각해 내게 된 것이다. 각각의 구체적인 상품이 아닌 거기에 표현되어 있는 제안이 상품이니까, 굳이 그 상품을 구입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 제안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대한 대가만 받으면 된다. 동시에 DVD, CD, 서적을 하나의 매장에서 모두 취급하도록 했다. 그것들이 모두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라면 어느 것 하나 결여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지적자본론 p.49 ~ p.51

 

상품이란 고객에게 어떤 행동을 일으키는 힘이 있어야 한다. 고객이 접근하기 힘들었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생각에서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주는 힘이 있어야한다.

인터페이스 디자이너가 해야할 일은 고객과 상품 사이에서 둘을 연결 시켜주는 것이다. 그 연결자체가 상품이 된다.

그런데 어떤 상품과 고객의 사이에서 둘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플랫폼의 시대에선 그저 'A와 B가 접근이 가능하다' 라는 물리적 접근성 하나만을 맹신해왔다. 대형마트와 같은 장소를 제공하거나, 온라인에서 모든 물건을 판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그저 A와 B가 만나 악수한 것에 불과한 관계이다. 단일화된 마트 진열대, 서점의 분류법은 모두 회사 측의 관리 입장만을 고려한 이기적인 방법이다. 재무자본을 거대하게 투자해 '살테면 사봐라'는 식의 비인간적인 방식이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고객들은 그저 노예가 되고 만다.

하지만 제안의 시대, 인터페이스의 시대에선 그 둘을 무책임하게 만나게 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그 사이에 서서 서로 협상하게하고 서로의 의견차이를 조율하여 절대 만나지 못할 두 대상을 만나게할 수 있다.

 

플랫폼의 시대가 비지니스적 관계라면, 제안의 시대는 친구가 될 수 있는 관계이다.

친구가 되기 위한 조율에서 핵심적인 것은 나에게 덜 중요한 것을 상대방에게 내어주는 것, 버려내고 빼내는 과정이다.

계란을 먹을 때 노른자를 좋아하는 사람과 흰자를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가정하자.

물론 노른자를 좋아하는 사람도 흰자를 그냥저냥 먹겠지만, 자기에게 중요한 것은 노른자이다.

덜 중요한 흰자를 중요시여기는 다른 사람에게 내어줌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가 연결되며 서로에게 이득되는 관계가 생긴다.

바로 그런 관계가 선행되는 거래(오고 감)를 제안하는 것이 지적자본이며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더 큰 이득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둘이 만나면 서로가 너무 좋아 천생연분이 될 수 밖에 없다. 뭔가가 순환되는 것같고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함으로써 더 큰 힘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물론 A에 대해서도 알아야하며 B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A에 대한 슈퍼전문가, B에 대한 슈퍼 전문가가 되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C라는 친구가 A와 B의 만남을 주선할 때 그 둘의 특징을 요약해서 알면 되지 A와 B의 전문 기술을 모두 알고 하나하나 가르칠 수 있는 후배마냥 대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런 속도로 인간 사회가 흘러가지 않았다.

A와 B의 사이를 그저 요약해서 앎으로써 시작함과 동시에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A와 B에 대해 둘다 자세히 알아갈 수 있는 식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두배나 더 일해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훨씬 더 말도안되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을 끌어 당기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둘을 연결 시킬 수 있는 힘은 결국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있을 수 있다. 

나의 가치와 고객 가치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사람만이 연결할 수 있다.

 

이제는 마츠다 무네아키 사장님의 '지적자본'을 언제나 되새기면서 눈에 보이지않는 무언가를 팔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해야한다.

버려낼 수 있는 사람, 즉 연결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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