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시작
가부와 메이 이야기
'가부와 메이 이야기' 라는 또 다른 이름도 있는 이 영화는 늑대와 염소의 이야기이다.
폭풍우 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만난 둘은 서로 누군지 모르지만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하고 다음 날에 다시 만나기로 한다.
그런데 만나고보니 서로 천적인 상대인 것이다.
늑대 가부는
"이래뵈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우정이걸랑."
라고 말하며 친구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친구가 너무 맛있어 보인다.
가부는 힘들지만 근질근질한 욕망을 겨우겨우 참아나가려고 노력한다.
반대로 염소 메이는 늑대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순수한 마음으로 친구가 되려고 하고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늑대를 아무렇지 않은 듯 바라본다.
이런 자연의 욕망과는 정 반대되는 모순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염소 친구들 : "녀석들 눈으로 보면은 넌 아무때나 잡아 먹을 수 있는 먹이일 뿐이야"
늑대 무리들 : "가부녀석, 저렇게 맛있게 생긴 염소와 친하게 지내다니 용서못해."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은 둘을 갈라놓으려고하고 기존의 관념을 고수한다.
염소는 먹이일 뿐이고 늑대는 포식자일 뿐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친구가 된다.
기존의 관념으로는 절대로 하지 못할 모험, 자기범위를 넘어선 모험을 하기 시작한다.
메이 : " 난 말이야, 가부를 만나서 지금까지 너무너무 행복했어. 목숨을 걸어도 좋은 친구를 만나서 말이야."
가부 : " 난 뭣 때문에 염소고기를 먹어야하는 이런 늑대로 태어난거야? "
이 둘의 사이가 바로 창조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조란, 그리고 생명이란 자연적이지 않은 모순에서 비롯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연인사이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마치 늑대와 염소처럼 남자는 여자에 대한 성욕을 표출하고 싶어지는 것이 자연의 메커니즘이다.
여성은 그런 두렵고 공포스런 상황에서 도망을 가고 회피하고 숨는 것이 자연의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남자는 여자에게 성욕을 표출하지 않으면서, 여자는 남자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연인관계가 성립한다.
일회성의 만남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계속적인 사이가 생겨난다.
결국 그렇게 자연에 저항하고 무언가 더 큰 것을 위해 참아내는 사람만이 오히려 자기의 욕망을 충족한다.
그런 연인 관계에서만 아이라는 창조의 결과물이 태어나게 된다.
가부와 메이, 둘은 언젠가 갈라진다. 하지만 그 둘이 자연에 저항한 매우 이상적인 마음을 가진 그 시간상태 만큼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부모에게서 아이가 태어나 계속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메이 : " 살아있는 것들에겐 반드시 끝이 있어.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 지낸 시간들은 세월이 지나도 절대 사라지지 않아."
단순히 감상적인 감정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실제로 시간을 넘어 영원해진다. 창조했기에,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야기들은 널리 퍼지고 그 가능성에 의해 또 다른 창조물이 생겨나게 된다.
강자는 약자를 지배하지 않는 것.
약자는 강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런 강자와 약자가 하나가 되었을 때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유일무이한 창조적 결과물이 생성된다.
그렇게 창조는 참아내고 자연에 저항하는 인공적인 '눈물'에서 시작된다.
욕심에 저항하고 더 큰 것을 이루려고 하는 어떤 마음에서 비롯 된다.
상호 배타적 원리
살아남기 위해 빠짐 없어야 하는 것
비지니스 세계에 자주 등장하는 MECE는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앞글자를 딴 단어로, '상호 배타적이지만 그것이 모였을 때는 세상 모든 것을 포괄한다'라는 의미이다. 빠짐없이 그리고 겹치는 것 없이 정보를 구분하는 방법이며 마케팅이나 비지니스 전략용어로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만약 정보가 중복되어 있거나 빈틈이 있으면 전체상을 제대로 파악 할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 생각하는 힘은 유일한 무기가 된다_p. 83
MECE 라는 용어에서 배울 수 있듯이, 나와 정반대 되는 것이 있을 때 바로 전체를 알 수 있다. 만약 내가 자연의 흐름대로 '밤에는 밖을 나가지 않는다' 라는 원칙을 지킨다면 밤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절대 알 수 없다. 그 밤에 일어나는 일들이 곧 낮에 일어나는 일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모르면서 세상의 모든 일들에 정답을 대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둑에서는 '창발(emergence)'이라는 개념이 있다.
위키백과 - '떠오름 현상은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이다.'
불시에 솟아나는 이 창발이라는 개념은 A라는 규칙을 세웠을 때 A로 인해 전혀 의도하지도 않았던 B라는 규칙이 파생되고 생겨나는 것을 뜻한다.
바둑에는 두 눈을 절대로 잡을 수 없다는 규칙은 없습니다. 기존 하는 규칙에 필연히 따라오는 것이지요. 세상에는 이와 같은 예들이 많습니다. 물리학 법칙에 따라서 상호작용하는 원자가 어떻게 '생각'이라는 것으로 발현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뇌속에 있는 회백질이 살아있다는 감각과 의식으로 연결될까요? 어떻게 이 모든 현상이 간단하고 확정된 규칙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조차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 바둑이 보여줍니다. 모두 같다는 걸요. 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다는 걸요. 불확실함(불가해함)과 명료함이 같은 공간 안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거죠. - 넷플릭스 '서라운딩 게임' 중
두 눈이 없는 이상 모든 돌은 '미생'이다. 아직 살아있지 않기에 언제든 죽을 수 있다. 그렇기에 두 눈을 만드는게 바둑의 기본 전략이자 완생을 향한 목적이다.
두개의 활로(살아있을 수 있는 길)를 가진 두 눈을 가졌을 때 절대로 잡히지 않는다. 한 쪽이 약할 때 반대 쪽이 강해지고, 다른 한쪽이 약해질 때 또다시 반대쪽이 강해진다. 이런 상호배타적인 순환 속에서만 무한한 지속성을 가질 수 있다.
빛이라는 에너지에 파동성과 입자성이 동시에 존재하듯이, 전자기장이 전기력과 자기력을 동시가 가지고 있듯이 이러한 상호배타성 안에서만 에너지가 생기고 힘이 생기고 새로운 창조를 볼 수 있다.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은 가부와 메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저 바보가 되는 것이다. 바보가 되서 나자신에게만 집중되었던 자아를 버리고 전혀 다른 것으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
자신과 가장 반대에 있는 세상의 생존법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알 때, 오직 그때만 누군가가 소중해지고 필요해지는 '친구'가 생겨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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