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자기반성의 프로세스이다.
언제나 새로움을 파생하는 생각
' 대부분 내가 주먹낸다 주먹낸다 하면 생각이 복잡해지지. 쟤가 진짜 주먹을 낼까? 아니지 내가 보자기 낼줄알고 지는 가위 낼꺼지. 그럼 내가 주먹을 내야지. 이렇게 되는 거에요? 이게 한도 끝도 없이 돌아가. 이게 한도 끝도 없이 돌아가면 맛이 가는거야 생각이. 어?
그러니까 어느순간에 멈춰야돼 생각이. 이걸 잘하는 사람이 가위바위보도 잘하고 묵찌빠도 잘하고 그러는게요. 이게 무슨얘기냐면 상대방을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머릿속에 있는 나를 생각하고 이게 무환 순환이야. 이게 뭐하고 똑같으나면, 철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자기반성과 똑같은 거에요. 자기반성, 자기성찰. 내가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이야기. 근데 이게 철학적으로 모순이야. 어떻게 내가 생각의 주체면서 어떻게 내가 생각의 객체가 될 수 있어? 이런 자기반성이라는 기제는 어떠한 프로세스냐 이게?
가위바위보가 바로 이런 프로세스에요. 내안에 있는 내가 나하고 이야기하는게 바로 '생각' 이다. 이거에요 '
김정운 교수님이 말씀한 것처럼 생각이란 내안의 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생각이다.
오늘 저녁에 뭐 먹지? 오늘 뭐입고 나가지? 라던지 과거의 어떤 사건을 회상하는 것은 생각이 아니다.
생각은 스크린샷에 나온 것처럼 그 객체 전체를 포괄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전체를 포괄 했을 때 그 다음 결과가 파생되어 나오는 것이 바로 생각이다.
A B C D E 가 있을 때 5개 중 1개를 고르는 것이 생각이 아니다.
성벽의 부서진 부분을 고치는 보수도, 성벽을 높이 증축하는 진보도 생각이 아니다.
양자컴퓨터조차 튜링머신의 설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절대로 생각한 것이 아니다.
내가 C를 선택했는데 좋지 못한 결과를 당했다. -> 그렇기 때문에 다음 상황에서는 C를 선택하지 않겠다. 라는 것이 바로 생각이다.
이 생각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 A B C D E 중 C를 고르는 나 ) 라는 나 자신 전체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생각이라는 것은 자기반성의 기제와 같은 프로세스이며 '나' 자신 전체를 포함하므로 그다음 파생되는것은 언제나 '새로운 나'이다.
생각은 전체의 부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전체를 먹는 과정이다.
주먹에서 가위로 바뀌듯이 완전한 변화가 포함되지 않는 것은 절대로 생각이 아니다.
C라는 것이 엄청난 힘과 인기를 가지고 있어도 C를 하던사람이 C를 하는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바둑에서 10수 앞을 내다본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하나의 턴이 완벽히 끝났을 때 그다음 턴을 생각할 수 있을 때 엄청난 실력이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생각과 추리의 다른 점
생각은 추리를 뛰어 넘는다.
' 아마 이 자료도 함정이겠지. '
'그럼 적은 란포씨의 추리력 조차 이용하고 있단 거예요?'
' 기분 나쁜 상대로군. 마치 다자이를 상대하는 느낌이야. '
애니메이션 '문호 스트레이 독스' 의 캐릭터 중 한명인 란포는 '초추리'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셜록홈즈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 이 캐릭터는 어떤 사건이던 1분 미만으로 추리를 해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끝으로 갈수록 최종보스와의 싸움에서는 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속임수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다자이라는 인물이 마지막 최종보스와 대결을 펼친다.
란포는 '다자이를 상대하는 느낌' 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자기가 상대하지 못하는 그 부류를 하나로 묶는다.
이것은 단지 다자이가 머리가 더 뛰어난 사람이거나 주인공 버프를 받아서이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사건에서는 다자이는 따라오지못할 정도로 란포의 능력이 뛰어나고 회사에서 직급도 란포가 더 높다. 그렇다면 그 다자이 부류의 인간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되돌아보면 다자이에게는 속을 알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인상이 강렬한 기인이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성과 책략의 화신이기도 했다.'
'다자이 씨가 손댄 사건은 언제나 이상적인 형태로 해결되었다.'
일본 대문호 소설가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다자이 오사무'라는 캐릭터는 지금까지 나온 전 애니메이션 인기 캐릭터 투표에서 거의 1위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외형만으로는 이런 인기를 누릴 수 없을 정도로 수없이 많은 캐릭터가 있는데도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이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일까? ( 이 애니메이션의 인지도나 유명세가 크지않다는걸 감안했을 때 캐릭터 자체의 매력은 압도적이라 생각한다. )
내가 보았을 때 이캐릭터의 매력이자 최종보스를 뛰어넘는 실질적 힘은 바로 '생각'할 줄 안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작중에 나오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보고있을 때 다자이가 해결하는 사건은 언제나 속이 시원하고 무언가의 체증이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이 인물은 그 둘 중 어느하나도 버려내지 않는다. 선역으로 나오는 아이에게도 악역으로 나오는 아이에게도 가르침을 각자의 방식으로 내려준다. 선역 보스의 입장도, 악역 보스의 입장도 철저하게 지켜낸다. 사건을 진행할 때는 언제나 일반적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움을 보여주고 마무리가 언제나 감동적이며 희망적이다.
그는 언제나 사이에 있다. 악역의 역할이였으면서 선역의 역할로 넘어왔고 최종보스를 깨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떤 집단의 수장이 되지도 않는다. 악역과 선역의 캐릭터들을 친구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언제나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변화하는 힘. 누구라도 긍정하고 누구라도 부정할 수 있는 힘. 한없이 착하고 한없이 사악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자살희망자' 라는 컨셉을 가지고 죽음을 언제나 생각하는 것, '인간 실격'이라는 이능력으로 타인의 이능력을 모두 '무효화'하는 능력에서도 생각의 힘을 잘 나타내고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언제나 다음 상황을 예측하고 예상하고 있다는 것, 이미 더 큰 것을 보고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생각을 많이 한 그가 더 큰 것을 보고 예측하며 전략을 짤 때, 그것이 모든 상황에 들어맞고 적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납득하는 이유는 그 큰 것이 언제나 인간적이며 따뜻한 어떤 것에서 비롯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선이든 악이든 누구든 유혹할 수 있는 매력적인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운 교수님이 말했던 자기성찰, 자기반성을 누구보다 많이 하고 누구보다 많이 생각한 것이 바로 이 캐릭터의 매력이자 힘이다.
인간에게 있는 특수한 함수와 같은 생각이라는 것은 이렇게 작용한다.
생각() {
method -> 다른 사람을 포함하고 한단계 위로 들어간다.
method ->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한다.
}
생각이라는 함수에 생각을 제곱해 나갈때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치 친구인 것처럼 같은 팀이 되고 대화를 나눈다.
생각(생각(생각()))...
계속해서 올라가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가장 사악했던 적까지 같은 팀으로 포함할 수 있게 될 때 가장 큰 힘을 얻게 된다.
추리는 사건의 단면을 본다.
그 단면에서 어떤 것을 맞춰내고 논리를 추론해 사건의 결말을 추측한다.
추리에는 주인공이 개입하지 못한다. 이미 과거에 벌어진 사건의 퍼즐조각을 맞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은 주인공이 개입하고 포함되어있다.
생각이라는 것은 과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단면이 아닌 사건의 전체를 시간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에 아무리 합리적인 추측과 예측이라 하더라도 그 다음 상황에서 나오는 예측불가능한 모호함을 맞출 수 없다. 생각은 전체를 포괄해 함정에 빠트리기도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정반대로 나아가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한쪽에서 아무리 엄청난 논리를 만들어 놓아도, 그 논리가 통하지도 않는 반대쪽의 힘으로 상대한다면 게임은 불보듯 뻔하다.
추리가 +만 있었던 수학의 관점이라면 생각은 -가 발견되고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된 것처럼 전혀 다르다.
추리가 상징하는 것은 논리, 완벽함, 기억력, 논증 이라면
생각이 상징하는 것은 무논리, 적당함, 자기 반성, 자기 성찰이다.
다자이는 최종보스와 동질감을 느끼며 자신과 비슷한 점을 본다. 그리고 최종전략을 예상할 때 근거로 들었던 것은 '나라면 그럴 테니까' 이다. 마치 적이 나인 것처럼 생각을 한 것이다. 내가 적이 되어본 적이 있으니, 그 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자기성찰과 자기반성은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나를 넘어서 타인이 되기도하고 새로운 내가 되기도 한다.
타인과의 대화, 이해, 소통은 생각의 실력이 있지 않는이상 불가능하다. 타인을 전체로 두지못하고 그저 부분이라고 취급했을 때 생각은 정지하고 그 다음을 예상하지 못한다. 생각없는 사람은 파생되는 결과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을 함부러 대하기 마련이다.
나자신을 타인과 분리하여 완벽하게 추리한다고해도 타인과 내가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이길 수 없다. 그 다음 어떤 행동을 할지 적이 되어보지 않는 이상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각은 추리를 뛰어 넘는다. 상황을 넘나들고 시간을 변수로 넣으며 사람과 사람사이를 오고간다.
추리는 개인의 단계에 머무르지만, 생각은 수많은 타인을 포함하게 되는 집단 지성과 같은 단계이다.
인터페이스의 필수 조건
생각은 다음이다.
생각은 언제나 '다음' 을 말한다.
마치 윷놀이나 고스톱같은 게임처럼 생각은 언제나 '나와 전혀 다른 어떤 것' 으로 턴이 넘어간다. 그것이 '새로운 나'가 되었던 타인이 되었던 말이다.
생각을 하면 앞의 캐릭터 다자이 오사무가 그랬듯 '이것을 하면 이런 행동으로 나오겠지' 라는 예상을 미리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내가 그것이 되어보었기 때문에 강렬한 확신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결과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부분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안다.
스타크래프트를 정복한 프로게이머 이영호가 한 다큐멘터리에서 후배들에게 한 핵심적인 조언으로
'항상 다음에 할 행동을 미리 생각해. 이것을 하고 그다음 행동은 어떻게 할지.' 라는 식의 이야기한 것이 기억난다.
또한 리그오브레전드의 황제인 페이커 선수가 선수가 아닌 시절부터 자기가 가장 잘하는 챔피언만을 하는게 아니라
100개가 넘는 거의 모든 챔피언을 넘나들며 하려고 하는 모습을 직접 보아왔다.
생각은 언제나 그 다음이다.
마치 많은 것을 놓아버리고 양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의 행동이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알고
누구보다 빠르게 지금과는 전혀 다른 그 행동을 전개하고 시작해가는 예상하지못한 행동들은 이스포츠를 정복한 그들의 몸속에 박혀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은 크고 넓다. 정확하려고 하지 않고 전혀 다른 곳으로 건너갔다. 자기 논리가 통하지도 않는 무서운 그곳을 예상하고 이해할려고 노력했다.
결국 그 생각이 계속해서 중첩된 결과로 마치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버린 듯한 신들린 진자운동의 상황에서 엄청난 힘이 나온다. 그리고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두가지가 중첩되고 결합되는 신비한 현상이 벌어진다.
두가지를 하나로 요약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5가지든 10가지든 모든 것이 하나로 요약되기 시작한다.
요약되고 집중되고 압축된 그것은 분리되어있는 그 경계점에서 걸리는 저항을 극복하는 시간을 모두 제외해버리고 엄청난 스피드로 빠르게 사고가 흘러가게 된다.
어떤 것은 두세번의 생각으로 결합이 되기도 하지만, 차이와 간격에 따라 수백만번의 생각이 중첩되고 턴이 오고가야만 결합이 될지도 모르는 엄청난 것들이 아직도 널려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쟁과 분열된 것들은 생각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다.
'다음' 이 있기에 이야기가 전개 된다.
다음이 있기에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겨나며 재미가 있고 둘 사이의 무언가가 생겨난다.
과거를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만한다.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되어보는 다음 단계가 있어야한다. 새로움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시작은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A와 B를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은 A도 되어보고 B도 되어 본 생각하는 사람이다.
모든 것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예상하게 되는 힘.
내안의 내가 수 없이 중첩되어 어마어마한 크기의 내가 되는 것.
자기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것. 그로인해 모든 타인을 마치 나인듯 포함하는 것.
생각을 많이 한 그 만큼, 수많은 타인을 포함하는 큰 무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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