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는 필연적으로 적용해야할 대상이 필요하다.

남자에게 여자가 필요하고 여자에게 남자가 필요하듯 둥둥 떠다니는 개념에 가까운 디자인에는 물질적이고 실질적인 무언가가 있어야한다.

 

휴지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며 해야하는 사람은 휴지공장을 소유하고있거나 그 공장과 연결되어 잘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한다.

그 힘은 디자인에 적용해야할 에너지와 동급으로 필요하다.

디자인을 아무리 잘해보려고 노력해보았자 힘이 없으면 디자인은 허공에 떠도는 상상에 불과하다.

 

피모지 - 알약디자인

 

몇일 전에 본 대학생이 디자인한 알약 디자인을 보고 굉장히 참신하고 좋다고 생각했다. 약을 복용하는 사람이 모양에 햇갈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약사들은 디자인의 실용성에 의문을 품고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무리 좋아보이고 당장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디자인이라고 해도 그것은 디테일과 프렉탈이 쌓이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

화려하고 딱 알맞는 물감을 준비해 두어도 그것을 칠할 밑그림이 없으면 그림이 성립되지도 않는다.

하고자하는 말은 '디자인하는 사람은 불쌍하고 힘이 없기에 가엾게 여기자' 라는게 아니라, 실질적인 힘도 생각해야만 디자인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 것이 아니면 디자인 따위 할 생각 하지 마라는 것이다.

남을 바꾸려고 하는게 아니라 나만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건 무엇인가?

나의 배경과 나의 스토리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생각해야할 디자인은 내가 가지고있는 것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가 되어야만한다. 세상 모든 것에 접근가능해보이는 초연결세상에서는 그래픽 따위를 디자인이라고 규정하고 무엇이든 디자인만하면 되는 줄 알고 '이걸 왜 안바꿔?' '이렇게 하면되는데 뭐하고있는거야?'하는 오만함을 품을 수 있다.

그 오만함은 실제 세계의 디테일을 보지 못하고 한계선이라는 게임의 규칙도 지키지 않은 허접한 결과물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맞는 것 같지만 아니고, 이번엔 진짜인 것같지만 헛나가고 모든 뉴스를 봤는데 또 그 뒷구멍이 있는 것을 깨닫는 무서운 투자를 할 때처럼 말이다.

 

상상은 약하다. 경험의 영역까지 품어야한다.

디자인은 각자의 몫이다. 절대로 누가 대신해줄 수 없다.

내가 빵공장 집 아들이면 어떤 빵을 사람들이 좋아할지, 어떤 빵이 불편한지, 빵집 인테리어는 어떻게 디자인할지 생각함으로써 연결될 수 있다. 그 진짜 불편함과 의지는 자기에서만 발견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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