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웠던 모든 순간은 정답이었다. 그 상황에 있던 나자신이야말로 내가 되찾아야할 나의 진짜 모습이다. 부끄러운 과거의 나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받아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건 무슨말인가?
그것은 나 스스로 살면서 겪은 고통을 완전히 무시해왔다는 것이다.
고통을 겪었으니 그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나인데,
그대로 방치해둠으로써 나의 미래 뿐만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이 그 고통을 똑같이 겪는 것을 방종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린 나자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인척 개무시했기에 나의 과거는 사라지고 오직 붕떠있는 고깃덩어리로 남는다.
역사와 뿌리가 사라지고 기억이 사라진다. 이유와 논리, 감정은 사라지고 오직 몸뚱아리만이 소유물이다.
그러니 당연히 원하는 것 따위가 무엇인지 알리가 없고
나의 꿈이 무엇인지 단 한톨의 단서도 발견할 수 없다.
고통을 받는 이유는 거기에 무언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것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두려워했던 이유는 오히려 그것과 반대되는 상황을 강렬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차마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고 마음이 너무 아파 가만히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상황을 버리고 기억에서 지우려 하는 것은 인간성을 상실한 차가운 파충류가 되는 것과 다름 없다.
부끄러움은 따뜻함이다. 실제로 얼굴이 빨개지고 이불을 걷어찰 수 있는 에너지가 내면에서 솟구치지 않는가?
그와 반대로 소위 '쿨한 것'은 말그대로 너무 차갑다.
멋있고 쿨한 것들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인기를 얻는데는 좋겠지만 자기자신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어떠한 동력도 만들어낼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아니라 다른사람들이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얼마나 차가운지 심장이 멈춘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어떠한 동력도 낼 수 없기에 다른사람의 피를 빨아들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것은 한계가 있기에 결국 기억에 조차 남지 못하고 휘발되어 사라진다.
라이온킹에서 티몬과 품바는 부끄럽고 창피한 인생, 바꿀 수 없는 과거를 [하쿠나 마타타]라는 철학으로 잊어버린다.
모든 과거를 잊고 걱정하지 말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 그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심바가 아버지를 잊지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것처럼,
하쿠나 마타타와 부끄러움을 기억하는 것은 동시에 존재해야한다.
라이온 킹이라는 위대한 작품에서는 티몬과 품바가 아버지를 떠올리려는 심바를 의심했다가 다시 인정함으로써 그것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
심바는 왜 원숭이가 아니라 사자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 것일까?
왜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성격과 모습으로 태어난 것일까?
같이 살아가야할 나 자신을 잊는다면 신남이란 있을 수 없다.
뜨거움을 잊지마라. 남아있는 온기를 지켜내자.
부끄러웠던 나의 모습은 버려질 수 없는 나의 역사이고 그 처절하게 기록된 역사 위에서만 바로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내가 있을 수 있다.
과거의 어렸던 내가 고통받고 있던 모든 순간, 모든 현장에 조용히 찾아가 힘이 되어줘야한다.
그 따위 상황을 만들어낸 세상을 힘껏 던져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아무도 힘이 되어주지 못한 주변 사람들을 대신해 용서를 빌며 힘을 주어야 한다.
그 곳에 모든 것이 있다.
다시 그 상황이 왔을 때, 그 누구보다 잘할 수있는 내가 되도록 나아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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