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상처는 해결되지않는다.
아버지가 암으로 고통받는 것에 충격과 상처를 입은 한 아이가 의사가 되어서 아버지를 고쳤다는 식의 이야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모든 것이 해결되고 잘먹고 잘살았습니다, happily ever after 식의 동화는 감동있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으며 현실이 아닌 망상이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어있지 않다.
있다고 하면 그건 허접한 소설 속 이야기일 뿐이고, 실제로 있었다면 그건 고통이 아니다. 충분하고도 할만한 각도에서 고통이라는 것은 생성되지 않는다.
고통은 해결불가능할 때만 성립한다.
이미 늦어서 끝나있을 때만 그 에너지를 가질 수 있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아이가 결심할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은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그정도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만 결심할 수 있다.
이미 늦었지만 다시는 이런 상황을 겪지 않기위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받은 데미지만큼의 강한 거부반응을 가질 수 있다.
인요한 소장님은 아버지가 차사고 이후에 제대로된 구급차가 없어 목숨을 잃은 사건을 계기로 구급차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구급차를 만든다고 해서 아버지가 살아나고 고통이 싹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를 잃은 고통은 사라지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 고통을 겪지 않는 것을 봄으로써 살아갈 수는 있는 힘을 얻는다.
소장님은 그것을 '신성한 복수'라고 말한다.
그 복수로써 상처가 사라지지 않지만, 상처가 사라지지 않기에 계속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
하나의 고통이 훨씬 더 어마어마한 큰 크기의 치유로 성장하고 아우른다.
아버지의 암을 고치기로 결심한 아이가 그 정확한 타겟인 아버지의 암을 고친다면, 거기서 모든 것이 끝난다.
이야기는 더 이상 없다. 간절함과 성실함은 그 시점에서 끝이 난다.
누구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고 누구에게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기울어지지않은 완전 평면의 세계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구와 인생은 기울어져있기에 고통으로 설계되어있다.
고통은 당연한 것이다.
절대로 피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는 완전한 감옥이다.
지구에 두발 딛고 설 수 있으려면 내야하는 당연한 통행증이다.
고통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해결될 수 없고, 미래에 아무리 잘해도 이미 늦은 것으로 다가오도록 설계되어있다.
그렇다면 고통을 받아들이자.
그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해결해보려고하고 뭔가 잘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 과거에 어떻게 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후회 등 헛되고 허접하고 치기어린 생각을 지금 당장 단두대로 잘라버리자.
고통은 있는 그대로 둔다.
그 고통이 무슨 메세지를 가지고 있는지, 그 고통으로 인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자.
그 고통의 범주를 넘어서 완전히 다른 경계에 있는 것을 가져와야한다.
앞선 예시처럼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면,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사람의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는 것이다. 지금 어린나이에 아버지의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스토리가 아니다. 이야기가 될 수 없다. 불가능하기에 이야기이다.
이미 좋아하고 사랑했던 아버지라는 존재와 완전히 경계가 다른 '의사와 의료지식'이라는 기존의 감옥안에서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분야의 것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 사건이 있기때문이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에게 이끌리고 사랑하게 되는 것 처럼 말이다.
아버지를 어떻게 해보려고 걱정하거나, 두려워하거나해서 아무 행동도 못 하게 되면 고통의 낚시질에 걸린 것이다. 아버지는 이미 내가 사랑하는 존재이다.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사랑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고통을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며 할 수 있는 것만 하며 해야할 일을 마음속에 각인시킨다.
고통은 일종의 테스트이다. 감정이 폭발하고 피해의식이 하늘로 치솟고 한이 남아 3천년 간 이승을 떠돌게 되는 그딴 개념이 아니다.
두눈 똑바로 뜨고 맞아라. 어디를 맞고있는지 보고 얼마나 아픈지 보고 관찰하라.
그리고 그 아픔 때문에 오버하지않고 오열하지않고 난동부리지않아야한다. 그건 거짓말이다.
어짜피 지금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최종적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고통은 최대의 크기로 커져 상상되는 모든 두려움을 내게 선사할 것이다. 그래서 목표를 두지도 않아야한다.
지금 나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이 있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벗어나려고도 하지 않아야 한다.
벗어날 수도 해결될 수도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마음 편히 고통을 받아들이자. 가만히 고요히 있어도된다.
나뿐만아니라 모든 사람이 똑같은 게임을 하고 있으니 마음 편히 받아들이자.
이 게임은 그렇게 하는 것이다. 버티면서 모든 고통을 흡수하는 게임이다. 슈퍼맨이 되서 한주먹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완전히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고통이 지속될 수록 아이는 암을 누구보다 잘 치료하고자하는 마음을 가진 의사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메세지이고 미션이고 사명이고 해야할 일이 될 수 있다.
내가 고통을 겪은 단 하나의 이유인 내 기존의 범주를 넘어선 다른 것을 사랑하는 것을 외면하고 피하려고 하지 말자.
감옥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를 던져버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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