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서브하는 중국팀

 

 

전력을 다한 서브

 

 

2013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만난 중국과 한국팀의 경기이다.

가만보니 중국팀은 서브를 서서하고 한국팀은 하던대로 엄청 뛰어서 최강서브를 하는 것이다.

배구계의 메타나 전략은 모르지만 적어도 그 태도의 차이에서 저때 당시 승패가 결정난 것인지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국팀의 최선을 다한 서브와 득점 후 강력한 세레모니, 파이팅 넘치는 벤치선수들의 응원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곳에 세계랭킹이나 연봉, 배구계의 꼬신 전략 따위는 범접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공이 하늘에 뜰 때마다 팬들은 환호하고 마음은 한국팀이 세레모니를 하기를, 득점하기를 바랬을 것이다.

 

처음에 2:0으로 지고 시작했던 것은 분명 중국 배구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을 시사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한국팀과 김연경이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스포츠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스포츠의 본질

 

스포츠의 본질은 관람하는 팬들이다.

작지만 스타디움에 퍼진 팬들의 환호성은 중국선수들에게 마법을 걸듯이 얼려버렸다.

중국선수들은 누가봐도 얼어버려서 표정변화는 없고 다리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약한 스파이크에도 움찔거리며 당황했다.

팬들을 위한 스포츠가 진정한 실력을 이끌어 낸다.

키도, 점프 높이도, 인종도, 구질도, 나이도, 서브도 아닌 경기장에서의 팬들의 마음이 가장 영향력이 큰 변수이다.

경기 바깥에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경기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본질적인 변수이다.

프로선수들에게만 해당한다고 착각할 수 있겠지만 팬이란 결국 관람하는 벤치선수, 감독, 관계자, 선수 부모님, 경기장 청소하는 사람등 모든 것에 해당하기에 어떤 시점, 어떤 레벨, 어떤 종목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마음이다.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나 이외에 모든 것은 나의 팬이자 고객이다.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가?

지더라도 이기려고하는 투지, 서브, 스파이크, 디그 등 모든 배구 기술에 있어서 포기하는 것 없이 전부 다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

배구경기의 요소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분명 배구의 문법이나 서브나 스파이크의 정석보다 상위의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파이팅과 세레모니. 배구 선수로서의 즐거움을 팬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진짜 그들의 임무일지 모른다.

서서 서브를 하는 중국팀은 이미 가장 큰 게임에서 지고 시작한 것이나 다름 없다.

승리하기 위해선 모든걸 알고 있는 듯이 통달한 눈빛을 하며 모든 것을 준비하고 분석하겠다는 엘리트 주의와 같은 마음 따위보다 더 높은 마음이 필요하다.

 

 

중국선수처럼 그저 적을 바라보며 싸우겠다는 야수 같은 표정보다,

 

 

김연경 선수의 이 표정처럼 팀을 바라보며 무언가 걱정하는 듯한 마음가짐이 더 큰 마음이다.

한번도 뚫려선 안되기에, 빠짐없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가져가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니라 팀을 위해 이겨야 하기 때문에 싸운다기보다 지키기 위한 마음을 가지는 것일거라 생각한다.

시선이 '점'이 아니라 '원'과 같이 넓은 곳에 있다. 

 

 

경기장을 가득 채워버린 김연경은 머리띠 때문인지 마치 예수님이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떠한 요소도 버리지않고 모든 요소를 채우기 위한 행동들. 

엄청나고 확실한 세레모니와 파이팅 넘치는 몸짓들.

가득 찬 느낌. 충만하고 완전한 느낌.

게임 바깥의 팬들까지 아우르는 그 '실력'은 현실에서 힘을 구사하게 했고 중국 팀을 3:2로 역전해서 이기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미 가득 차버린 경기장의 분위기와 본질에서 기울어져 버린 것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중국의 자본력이나 코칭스태프의 인공지능 기술력이나 선수들을 다루는 심리학적 지식이 그걸 막을 수 있을까?

군대같은 엄청난 군기와 정신력이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미 넘어가버린 게임의 본질은 그 어떤 것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xwe8lBWpyw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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