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중국상인)의 시조로 불리는 왕해는 처음에 가축들과 생산품이 '남아도는 문제' 를 해결하기 위해 물물 교환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고 한다. ( 출처 - 책 대륙의 거상 )
남아도는 것도 문제다.
너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있으니 부담스럽고 썩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가 있을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가만히 놔두면 썩으니까 어떻게든 움직이게 된다.
 
풍성함에 집중한다, 감사함에 집중한다 라는 개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것이 [ 남아도는 문제 ] 라고 상정한다면 굉장히 물리적으로 이해가 간다.
가만히 놔두면 그것이 썩어버려 독이 될수도 있으며, 사람들의 시기질투를 살 수 도 있으며, 물물교환을 했을 때 다른 것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판매과정에서 관계가 생겨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큰 이득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형성한다는 말이다.
가진것에 감사하고만 있는게 아니라 그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할 움직임들이 만들어지기 마련일 것이다.
나에게 없는 것에 집중하는 것은 어떤 움직임도 파생하지 못하지만 풍성함에 집중하는 것은 그런 이동성을 만들어낸다.
 
 
나에게 무엇이 남아도는가?
금수저는 금방 그게 무엇인지 떠오를 것이고, 흙수저는 한쪽 입꼬리를 예의없이 올리며 무슨 개소린지 욕하고 싶어질 것이다.
남아도는 것에는 2가지의 종류가 있는 것 같다.
양의 남아도는 것, 음의 남아도는 것이 있다.
양의 남아도는 것은 실질적이고 물리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부모가 바나나농사를 지어서 바나나를 많이 가지고 있다던지, 어렸을 때부터 슈퍼 주커버그처럼 네트워크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던지 하는 것들.
 
 
음의 남아도는 것은 오히려 결핍에서 생겨난다.
다른사람보다 카레를 좋아해서 카레에 대한 소비량이 많으면 원래부터 3대 카레집 종손에 태어난것은 아니지만 카레를 많이 알고 많이 샀기 때문에 그것이 남아도는 것이다.
남들보다 카레를 10배로 사서 쟁여놓는 것은 그사람에게 단가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이득이기에 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10배로 산 순간 그 카레라는 것은 그사람에게 남아도는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기의 욕망에 의해 카레가 필요해서 샀지만 어쩄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생각해보면 직업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백수는 아무것도 없이 결핍된걸로도 볼 수 있지만
자기 몸뚱아리가 가동률이 10%이하로 줄어들었으므로 자기 몸뚱아리가 결국 '남아도는 것' 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범죄도시에서 자라난 사람은 최악의 인생을 살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거기서 너무나도 당연히 쌓을 수 밖에 없었던 무술 실력이 남아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나 결과적인 흐름 속에서 우연히 파생적으로 생겨난 것 또한 남아도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형적인 것이라서 무엇이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이미 있는 거면 그것에 집중하면 되고
무엇이 부족하면 시선을 바꿔서 무엇이 풍성한지 남아도는지 발견하면 된다.
알라딘은 그냥 아그리파의 가난한 좀도둑놈이라고 볼 수 있지만
공주인 자스민의 시선으로 보기엔 '자유'라는 것을 남아돌게 가지고 있는 멋진 사람이다.
 
 
[ 초라하게 창업해서 잘 살고있습니다 ]라는 책에서 저자는 '살아가는데 드는 비용을 이익으로 바꾼다' 라는 법칙을 소개한다.
리사이클숍에서 바를 운영하는 과정으로 넘어갔다는게 굉장히 인상깊다.
그러니까 리사이클숍을 운영하는 시점에서 남아도는 것은 당연히 가전제품이고
그 가전제품을 많이 필요로하는 것은 바를 운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리사이클숍에서 바를 운영하는것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
남아돌기 때문에 그것을 필요로하는 대상과 쉬운 관계가 생겨난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고 가진것 없는 사람의 원초적인 백엔드로 들어가보면
결국엔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단계의 사람도 시간이라는 것을 풍성하고 남아돌게 가지고 있게 된다.
남들은 다른거 하느라 시간은 없다.
 
인간은 아무리 뒤로 밀려나도, 시간과 몸뚱아리라는 매우 기초적인 풍성함을 가지고 잇게 된다는 말이다.
그것을 하나하나씩 물물교환해 나가면 되는것 아닌가.
나한테 남아도니까 다른 것과 물물교환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한단계 한단계 자연스럽게 나의 풍성함을 필요로하는 사람에게 나눠주면 그만이다.
 
내가 가진것, 나에게 남아도는 것을 어떻게 전달하고 판매할 것인가?
누구에게 어떤 것과 이어질 것인가? 그것 자체가 아이디어다.
거기에서부터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고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 연결과 이동 지점을 어디로 해야할지 생각하는게 아이디어이지,
내 출발지점이 어딘지 생각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정신병이다.
출발지점은 내가 뭘 해서 되는게 아니라 그냥 이미 있는것이고 정해진 것이다.
 
남아도는 것을 먼저 보는게 올바른 순서다.
오리진은 먼저 있어야한다.
나의 생각과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행동은 그 정해진 출처부터 위에서 시작되어야한다.
건드리지 않아야하는 정해진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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