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가졌을 떄는

어떠한 희망도 없을 때는 문제에게 덤비지 않는다.

오직 문제가 나에게 주는 데미지와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했을 때 반론하는 측면의 놈들이 있다.

 

그러면 평생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문제를 없애지 않는한 나에게 자유는 없는 거야.

적군의 핵심을 찾아서 단 한번에 조져버려야해.

해결하고 극복해버려야해.

 

정말 좋은 생각이고 합리적이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원인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문제 해결이니까.

나도 그런 글을 쓰기까지 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나도 크고 지속적인 문제에 고문을 당해보니 이제는 나에게 그런 힘이 없을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강하다.

나의 담당일진은 담당을 맡길 만큼 강하다.

나를 고문하기 위해서 자격증과 경력을 지금까지 계속 쌓아온 무서운 고문관이다. 

내가 왼쪽으로 드리블을 하려고하면 그 의도를 순식간에 파악해서 왼쪽을 막아서는 숙련되고 훈련받은 프로 선수다.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을 분명하게 파악한 뒤, 그에 가장 걸맞는 담당을 배치한 것이다.

나 이상의 존재가 설정한 이 게임 안에서 나는 아무런 힘도 없다.

나는 약하다.

나는 필연히 약하다.

문제는 나를 약하도록 만들어져있고 설계되어 있고 정련되어 있다.

오랜세월 단 한치의 흠도 나지 않을 정도로 잘 조율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일사불란하게 조직된 무언가를 만든 장인이 나를 위해 만든 하나의 아티팩트와 같다.

 

이곳에서의 내 역할은 다름 아닌 수비수이다.

나는 수비수다.

나는 그것을 하기로 원했고 그것을 하며 돈을 버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상처 말고는 결과물이 없다.

상처를 받거나, 그나마 조금 덜 받거나.

그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인생 전체가 수비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한쪽은 분명히 공격을 해주는 같은 팀의 공격수가 있다.

그 것이 설령 내 인생 전체에 없다하더라도 친구가 그럴 수 있고, 다른 나라의 어떤 사람이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내 역할은 내가 맡는다.

나는 방어게임을 해도 되는 것이다.

 

내가 아픈 것을 치료하고 약을 바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우주 삼라만상을 창조한 것과 같이 모든것이 종결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선 분명히,

문제를 해결하려하기보다 상처를 치료하는것이 정답일 수 있다.

언젠가 누가 나를 구해줄 것을 기다리는 매우 소극적이며 소시민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도 할만한 일이다.

만약 이 태도가 신의 체벌을 받을 만큼 죄를 짓는 일이라면

적어도 상처가 상처조차 아닐 만큼의 회복력, 이뮨력을 가져서

이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만 만족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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