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세계는 인공지능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감각에서 지각을 생성하면서부터 지구라는 행성에서 출현했다. 지각은 그 자체가 세계를 흉내 낸 환각이며, 대상에 대한 지각을 상징인 언어로 표상하는 과정이 바로 생각이다.
그리고 상징은 뇌가 스스로 내부적으로 생성한 자극이다. 그렇다면 생각도 그 자체로 환각이다. 우리는 감각의 자극으로 환각에서 벗어날 때 물리적 세계와 심리적 세계가 공존하는 현실 세계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감각입력이 폭주하는 물리적 자연에서 동물은 감각에 구속된다. 동물은 이전 사건에 대한 기억이 약하다. 그래서 동물은 구체적 사건에 즉시 반응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꿈과 생각이라는 특별한 지각과정이 진화하면서 물리적 인과관계의 족쇄에서 벗어나서 제한 없는 가상세계를 출현시켰다. 물리적 공간의 인과율에서 자유로워진 인간은 자연 속에 가상세계라는 또 하나의 자연을 탄생시켰다. 이른바 에델만이 이야기하는 세컨드 네이처이다.
자신의 문제에 몰입할수록 생각은 자신만의 구체적 현실이 되고, 모든 사람은 각자 고유한 현실을 창조하게 된다. 현실이 생각에 의해 더욱 심각해질수록 감각이 차단되어 비현실적이 되는 역설이 생겨난다. 그래서 현실적인 사람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현실의 문제는 비현실적 생각과 가상세계에서 해결해준다. 전두엽이 처리해야 할 현실 문제에 몰입할수록 감각이 사라지고 기억에만 의존한 강한 생각이 만들어진다. 결국 생각만이 존재할 때 생각은 환각이 되고 완벽한 가상세계가 출현한다. 결국 우리의 현실도 환각이다. - 박문호 박사님
상상은 기본적으로 가상이기에 조금 속아넘어줘야만한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미친듯이 연결되는 초연결의 시대다.
속아넘어갈듯하면 옆에서 '야 그거 아니야' 라고 말하거나
뭔가 어려운 것에 도전 해보려고 하기만하면 '응 그거 내가 했어' 라며 이미 대단한 사람들이 널려있다.
그렇게 옆에서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것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블러핑을 하는지 상관없이 상상의 풍선은 터져버리고 땅으로 곤두박칠 쳐진다.
정보가 너무 많다. 상상이 끼어들 틈도 없이 현실이 너무 많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정보가 너무 많다. 내 행동이 불가능하다는 정보가 너무 많다.
이런 시대일수록 더욱더 상상은 힘들어지고 아프다. 초단위로 곤두박질 쳐야한다.
그래서 가만있으면 잡생각이 나서 힘들어지기에 뭐라도 열심히 하거나, 상대방에게 조크를 날리거나, 자극적인 것을 보아야만한다.
가만히 있질 못하고 3초만 정적이 흘러도 눈알을 굴려가며 눈치를 보고, 다리를 떨고 몸을 빠르게 움직거려야만 하게된다.
미성숙한 어린아이들이나 동물들과 같다.
생각이 힘들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프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공격을 해올까봐 무섭기 때문이다.
완전히 발가벗겨져버려서 나체상태로 있는 그 부끄러움이 아프기 때문이다.
본래의 상상속의 나는 주체성을 가진 독립된 왕인데 현실의 나는 발가벗겨진 거지다.
그럼 당연히 상상속을 들여다보는 것조차 힘들기에 1초도 쉬지않고 움직거려야만 한다.
가만있으면 혹시라도 들여다볼까봐 겁이 난다.
메타버스 세상이 오면서 단일화된 공간에 80억 인구가 접속한다면?
내가 상상할 때와 메타버스의 세상인 현실과 구분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내 상상은 없어진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상상을 하며 홀로 존재해야하는 공간에 80억명이 들어오는 것이다.
80억명을 이기기란 불가능하므로 가면갈수록 상상은 불가능해진다.
내 상상에 내가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이미 그 공간은 누군가 먼저 만들어 놓았고, 나는 카피캣이 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내 공간에 쓸데없이 너무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모든 sns와 인터넷과 티비와 스마트폰를 끊어버리면 되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힘도 이용하면서 이 문제를 풀 수 있어야한다.
정보 홍수의 시대에 밟을 땅이 없다면
노아가 방주를 만들었듯 큰 배를 만들고 정보의 바다에 올라 타버려야한다.
배는 물 위에 뜬다.
정보에 대한 노출은 허락하면서 그 정보를 판단근거가 아닌 것으로 할 수 있는 배가 필요하다.
철저하게 나로부터 비롯된 생각만 선택하는 철학, 철저하게 내가 책임을 다하려는 태도 등이 필요할 것이다.
노아의 방주이야기는 노아 가족만 남고 모든 인간이 멸종했다는 상징이 있다.
또한 배 안에 좋은 종자와 동물들이 한짝씩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근본적인 원형으로 돌아가 독립되고 고유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상상이 힘들어진 시대이기에 더욱더 상상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여유시간을 가지고 멍때리고 책을 읽어야만한다.
이 행동은 역사적으로 다른 그 어떤 시대때보다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조금만해도 강력하다.
책을 구하고 여유시간을 가지는 것 자체는 제일 쉽게 되어있다. 하기가 어려울 뿐이지.
바로 여기가 전쟁터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핵심이다.
다른거 모두 뒤로해놓아도 되니 나의 에고와의 싸움에서 승리해야만한다.
징기스칸의 시대에는 초원이라는 환경이 원래는 혼자 있어야만 하는 공간에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대규모로 쳐들어왔다.
마찬가지로 대항해시대에는 바다라는 환경의 불확실과 유동성에 너무 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왔다가 간다.
어떤 시대던 그 적놈들을 깨부수기 위해선 적의 힘과 똑같은 힘을 가지는 방법이었다.
지금은 메타버스적인 환경에서 초단위로 '거짓말'이라는 무기를 가진 사기꾼놈들이 순식간에 왔다가 훑고 간다.
이 놈들을 잡기 위해선 나도 사기꾼이 되어야만한다.
80억명을 제껴야만하는 믿을 수 없는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내가 나를 믿고, 내가 독립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내면의 상상의 목소리를 믿는 말도안되는 거대한 사기꾼이 되어야만한다.
더욱더 느리게.
더욱더 나답게.
더욱더 내 선택만을 고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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