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나가려고하는데 마당 대문 앞에 고양이가 죽어있었다.

그 회색 고양이는 저번에 남은 음식을 마당에 놔뒀을 때 먹고 간 녀석인 듯 하다.

집에 돌아와 주차하려고 할 때 한참 먹고 있었었다.

놀랄까봐 대충 문앞에서 시동끄고 먹는걸 기다려줬었다. 

다먹고 나서 그녀석은 길고양이 답지 않게 차 옆에 붙어 앉아있었다.

 

그 날 이후로 마당에 가끔와서 다른 고양이를 쫓아내고 나무 밑에서 쉬는 등 한 일주일 동안 마치 자기 영역인듯이 행동 했었다.

하지만 나도 별 신경쓰지 않고 남은 음식도 없어서 주지않았더니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가끔 뒷산에서 보고 운전하며 나갈 때 보기도 해서 잘 살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뒷집 할머니 말로는 어제 저녁에 마당앞에 와서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 길고양이는 왜 우리 집에 와서 죽었을까? 

먹을 게 필요했다면 왜 울어서 불러내지도 않았을까? 내가 못들은 것일까?

 

어제는 비오던 날이라 고양이 시체는 비에 흠뻑 젖어있었고 몸은 매우 딱딱했다. 

꼬리도 움직여지지 않을 만큼 굳어있었다.

동물 시체를 만져보기는 처음이다.

 

옆집 아줌마가 비닐에 싸서 뒷산 근처 쓰레기장에 버리라고 했지만

왠지 미안해서 마당에 땅을 파고 묻어주었다.

 

내가 음식을 줘서 여기가 집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미안하다.

음식을 한번 줬으면 계속 줘야만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 자연의 법칙일까?

현대사회에 사는 나라는 짐승은 그런 규칙이나 책임을 지기엔 너무 나약하고 허접하다. 

나는 그저 남은 음식이 있기에 바구니에 넣어 마당에 놔뒀을 뿐이다.

만약 그런 자연의 법칙이 있다면 제발 나에게 미리 알려주고 교육시켜줬으면 한다.

왜 우리 문화는 하나도 전달되지 않은 것일까? 왜 문화가 발가벗겨졌을까?

무엇이 옳고 무엇이 하면 안되는 행동일까?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나의 집에 살아가면서 알아야할 어떤 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돈버는 방법이나 궁리하도록 나를 프로그래밍 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의 집을 만들어가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아무것도 모르겠다.

 

 

집이란 무엇일까?

부동산이 있고 등기부등본이 생기면 나는 집이 있는 것이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일까?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절대로 아니다.

건물이 있어도 누군가는 갇혔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되었건 나라가되었건 건물이 되었건 짐승이 되었건 따뜻함이 없인 집이 될 수 없다.

마음 없이 집이 될 수 없다.

 

나는 죽을 때 어디로 되돌아가서 죽을까 생각해보면 아무 생각도 안난다.

어디에도 되돌아갈 곳이 없는 지금의 문화에 너무 화가난다.

 

그렇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마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집이 될 수 있다.

만약 고양이가 그 작은 음식을 준 사건을 기억해주고 돌아와 죽은 것이라면

나도 밥 먹여주는 곳으로 가고싶다. 

나의 집을 찾고 싶다.

내 공간정도는 제대로 책임질 수 있는 마음과 집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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