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는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라는 점은 깨달았지만 마음이 더 위에 있다는 것 까진 몰랐던 것 같다.

여러 곳에서 몸과 마음은 하나라는 감성적인 문장 하나로 모든 것을 퉁치고 일시정지 시키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

몸이 좋으면, 마음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쉽게 해버리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하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남자와 여자는 둘다 인간이기에 하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아식스의 구호인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 슬로건은 철저하게 가부장적인 구시대적 생각이다.

분명하게 하나를 앞에 두고 하나를 뒤에 두었기 때문이다.

좋은 부모가 있어야만, 좋은 아이가 태어난다는 논리와 똑같다.

계속해서 좋은 부모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멍청한 생각이다.

 

몸이 건강하면 물론 정신도 어느정도 맑아지고 좋다.

하지만 그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정신인데도 불구하고 선행관계를 따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건 허접한 생각이다.

몸이 정신을 맑게하는 단계는 레벨이 아주 낮다.

컴퓨터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만드는 단계는 이미 지났고 

도저히 대등하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의 다음 세계로써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를 하고 있다.

 

몸이 정신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논리를 잘못 확장해서는 안된다.

돈이 많으면 마음도 착해질꺼라는 것과 티끌만큼의 차이도 없는 완전히 똑같은 논리다.

일정선까지는 그렇게 기능하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전혀 다른세계가 펼쳐진다.

 

땅이 있고 바다가 있다.

둘 모두 지구라는 한가지 범주에 포함되어있지만

땅을 지배한 국가보다 바다를 지배한 국가가 훨씬 더 강력했다.

더 넓고, 더 빠르다.

 

어른은 아이를 일정시간동안 키우지만, 결국엔 아이가 더 큰 세상을 지배한다.

몸과 마음은 대등하지 않다.

마음안에 몸이 포함되어있을 뿐이다.

철저하게 포함되어 있다.

 

몸은 적당히 건강하기만 하면되고,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팔굽혀펴기 10개보다 철학 유투브 영상 하나가 더 강하다.

그렇다고 팔굽혀펴기를 안해서는 안되지만 그것은 최소화되어야만한다.

 

 

마음만 키워서 뭐해? 언제든 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생각은 우선 바다를 지배한 영국 역사앞에서 무릎을 꿇어야한다.

마음을 키운다고해서, 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육체적으로 밀리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큰 대비를 할지 모른다.

기술을 만들고 법적인 대책을 만든다. 더 두렵기 때문이다.

 

김동현선수의 유투브에 주짓수의 실전성에 대한 영상이 있는데 그 영상에서는 1:1로만 강한 주짓수이기 때문에 길거리 싸움을 하기 위해선 배우지 마라 라는 의견에 반박하는 내용이 있다.

김동현 선수는 "주짓수를 배운 사람도 다수가 있는 상황에서는 굳이 주짓수 기술을 쓰지 않을 정도의 머리는 있다" 라고 말한다.

'주짓수가 다수:1 상황에서 약하다'라는 말은 논리적으로는 맞는것 같지만, 인간이라는것은 그정도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다. 주짓수 유단자 이기이전에, 인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상황에서는 주짓수에 투자한 시간과 기술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완전히 헛방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도 다종다기하게 꺾이고 섞여있다.

 

주짓수를 배웠기에 무술에 친해져있는 상태로 다대일 싸움에 능숙한 무술을 추가로 배울 수도 있는 법이다. ( 마음이 강해진 사람이 몸을 단련 하는 것을 마음 먹듯 )

주짓수를 배웠다고해서 주짓수만 사용하는 멍청한 인간은 없다. 기본적인 운동능력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길거리 싸움에 대비하기 위한 사람이 사는 곳 근처에 주짓수 도장밖에 없다면 안배우는 것보다는 배우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논리의 확장은 김동현선수의 말처럼 길거리 싸움은 차라리 검도가 더 좋을 것이고, 차라리 달리기가 좋을것이고 차라리 총을 들고오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짜피 끝이 없는 멍청한 사고게임일 뿐이다.

검도는 검도만의 리스크가 있을 것이고 총을 쏴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주짓수를 배운 정도"라는 약해보이는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이득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다대일 싸움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도 있고 다대일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선수가 상대방 챔피언에 확실하게 약한 상성이 되는 챔피언을 일부러 골라서 이겨버리는 경기가 많았는데 단순히 멋있는 척하려고하는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상대 챔피언과의 상성은 분명하지만 5:5라는 게임안에서 다른 상대팀, 우리팀 까지 고려한 더 큰 논리로 살펴보면 정확히 그것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선택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은 불에 약하다. 불 근처에 있으면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물이 많아져 바다가 되어버리면 그 상성은 역전이 되어버린다.

어떤 주짓수 유단자가 '길거리싸움에서 다수와의 싸우는 주짓수'라는 새로운 발명을 할지도 모른다.

 

만약 몸보다 마음의 성장가능성과 그 한계와 넓이가 더 크다면,

아무리 몸으로 마음이 있는 사람의 싸대기를 때릴 수 있을지 몰라도

커진 마음으로 몸을 씹어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단 한번의 예외도없이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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