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에 어떤 유격수가 있다. 이 선수에게는 쉽게 잡을 수 있는 공이 있고, 결코 잡을 수 없는 공이 있으며, 다이빙 캐치를 해야 하는 공이 있다. 다이빙 캐치는 굉장한 볼거리고 관중이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런데 자칫 다이빙 캐치가 유격수 능력에 대한 근시안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설적인 유격수 데릭 지터는 <머니볼> 시기에 자주 논란의 중심에 오른 선수다. 중계방송 캐스터와 스카우터들은 지터가 다이빙캐치를 자주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예외적일 만큼 훌륭한 유격수라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통계학자들이 이런 판단이 잘못된 것임을 밝혀냈다. 지터가 매우 뛰어난 선수이긴 하지만, 느린 점프동작에 따른 시간을 보충해야 했기에 다이빙 캐치를 하게 된다는 얘기였다. 사실 통계수치로만 따진다면(골든글로브상을 다섯차례나 받았음에도) 지터는 수비를 잘하지 못한다. 지터가 몸을 던져야 했던 타구는 오지 스미스처럼 진짜로 뛰어난 유격수였다면 별 어려움 없이 잡아냈을 공이다. 그러나 지터는 멋진 수비를 했다고 찬사를 받았고, 스미스는 어렵지 않게 타구를 잡음으로써 상대적으로 눈길을 덜 받았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언제나 우리 능력 범위의 한계 지점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법이다. 자신에게 가장 힘든 것을 기준으로 자기를 판단한다면, 우리가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들은 아주 당연한 것이 되고 만다. < 신호와 소음 p. 647~648 > - 네이트 실버

 

 

 

다이빙 캐치를 멋있게 하는 주변의 인간들을 부러워하지 말자. 

화려하고 주목받는 모든 것들은 허접할 가능성이 통계학적으로 훨씬 크다.

모두가 놀라워할만한 몸부림을 통해 관심을 받아야만하고, 거대한 감정적 진폭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허접한 사람을 부러워하지말자.

그들의 최종적인 목적인 '공을 잡는 것'을 이미 우리는 하고 있을 지 모른다.

바닷가의 노인에게 MBA 를 다니기를 권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것 처럼

돈을 벌어서 달성해야할 최종적인 목표가 바닷가의 노인처럼 여유를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우리가 너무나도 미친듯이 부러워 도달하고 싶어서

몸을 던지고 손을 뻗어 다이빙 캐치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무언가를 매우 힘들어하고 어려워한다고해도 그 결과에 따라 나의 정체성과 능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이빙 캐치를 하지 않는 평범한 나는 이미 수많은 것들을 품고 있는 위대한 수비수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쉽게쉽게 가자.

 

Don't be so hard on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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