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와 B를 곱했을 때, 그것을 하나로 설명하지 못하면 올바른 융합이 되었다고 할 수 없다.
바나나와 모래시계를 곱해보면
바나나 모양의 모래시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나열적으로 말하는 것은 치사하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것이 조합가능하다.
철수와 영희, 계란과 지갑, 종이와 대머리
이세상 모든 것이 조합가능하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세상에는 조합이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아다리가 맞지 않는 것이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기 싫을 수 있다.
그렇게 강제로 샴쌍둥이처럼 붙여놓는다고해서 제품이 되지 않는다.
엽기적이고 신기할 순 있다.
파인애플 맛의 피자라고해서 '파인애플 피자' 라고 이름지으면 끝인가?
이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가?
너무나도 싸가지없다.
새우를 피자에 올려놨다고해서 '새우피자' 라고 이름짓는 것.
그것은 분명히 가능한 일이지만 조합이 되었다고 볼 수 없는 그냥 더하기에 불과하다.
뭔가를 외울때 앞글자만 따서 태정태세문단세 따위로 외우거나
나열식으로 정의된 이름을 앞글자만 따서 멋진 기관인척하는 것들은 모두 거르고 보면 된다.
쓸데없는 것들이 모인다고해서 힘이 쌔지지 않는다.
오히려 인구대비 효율이 떨어져 망가진다.
곱해도 되는게 있고 곱해선 안되는 것이 있다.
만약 무언가를 '추가'했는데 그것을 하나로 표현하지 못하면 잘못된 것이다.
혹은 지맘대로 그냥 신조어를 붙이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예를 들면 금융 + IT 가 합쳐졌다고해서 '핀테크' 따위로 불리는 것은 정말 멍청한 짓이다.
앞서말한 것처럼 금융에서 하나 따오고, IT에서 하나 따오는 허접한 나열식 조합이다.
이런 단어를 들이밀며 장사하는 것은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융이 본래의 핵심을 맡기 때문에 그냥 발전된 금융업에 불과하다.
뭔가를 추가했는데도 부드럽게 연결되고 마치 추가하지 않은 느낌이 들 수 있는 것이 융합이다.
새로운 사람이 그룹으로 들어왔을 때도 마치 원래 같은 팀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야한다.
진화하는 방식이어야지 누군가와 덕지덕지 손을 잡고 패거리를 이루는것이 곱해지는 것이 아니다.
원래있던 것을 그대로 사용하되, 전혀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
반대로 보는 것.
무언가를 추가하는게 아니라 한정된 세계 안에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
돈주고 뭔가를 쳐발라서 추가하는게 아니라 그런것이 올바른 융합이다.
바나나 모래시계에서 바나나가 하는 일 따위는 단 하나도 없다.
허접하게 나대는 디자인일 뿐이다.
고등학생이 형광색 머리로 염색을 한다고해서 형광색이 어떤 일을 하는가?
지가 멋있어지는 일 말고 단 하나도 일하지 않는다. 고등학생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많은 것들이 모였는데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가?
하나님을 추앙하듯 하나로 존재할 수 있는가?
나는 나로 존재할 수 있는가?
나는 춤을 잘추는 나, 춤을 잘추고 잘 웃고 친구가 4000명 있는 나가 아니라
그냥 나로 내 이름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