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결승전 2:2 상황에 페이커가 적팀을 유도하는 장면이다.
같은 팀이 필드에 없고 집에 돌아갔을 때의 상황에서 일부러 미드에서 과감하게 미니언을 먹는 액션을 취한다.
상대방은 그것을 기회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고 들어온다.
즉 일부러 적에게 노출되어, 적들의 공격을 유도한 뒤 살아나간다.
만약 적에게 죽으면 당연히 손해다.
하지만 그런것을 미리 머릿속에 인식하고, 죽지 않을만할 때 일부러 그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적이 와도 내가 의도한 것이기에 손이 떨린다거나 당황할리가 없다.
적들의 스킬, 나의 스킬들이 어떤 식으로 교차할지 대강 머릿속에 그려진다.
준비되어있다.
적들은 한턴을 공격에 썼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무력해지고 위치가 노출된다.
어쩌면 우리팀의 약점에 가해질 수도 있었던 공격이, 준비되어있는 강건한 상태로 유도하여 '흡수'한다.
다음 턴에서 아군의 볼수있는 이득이 커진다.
나도 롤 마스터까지 찍어본 사람이지만 이것을 의도적으로 사용해본 적이 없고 사용하는 사람을 제대로 본적도 없다.
딱 나정도 허접한 레벨들은 손해볼까봐 '조심'할 뿐이고 은밀하게 두려워하며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쳐들어가는 것 정도밖에 못한다.
그저 상대방을 속이는 것(디시브), 숨어서 기다리는 것 정도만을 할 뿐이지
'일부러 나의 체력을 깍아놓는 상태' 그 자체가 목적인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
일부러 나의 체력을 깍아서, 상대정글이 오도록 유도한 다음 우리팀 정글도 오도록해서 2:2 교전에서 승리를 유도하는 이런 전략은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그것또한 손해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승리가 목적인 것이다.
비슷해보이지만 완전히 다르다.
내가보기엔 프로게이머들 중에서도 이 스킬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누군가는 해설진들이 자주 말하고 페이커가 수년간 보여준 플레이를 보고서 몇번 따라해보고 인식하고 있을 수는 있다.
해설진들을 따라하며 와 이걸빨아? 저걸 빨아? 지껄일 수 있지만 정작 정말로 알고있지는 않다.
누군가는 가오를 잡으며 '이런거 누구나 할 수 있는건데?' 라고 지껄일 수 도 있다.
하지만 경기에서, 그것도 중요한 경기에서 핵심적인 스킬로 쓸 수 있는 사람인가 물어보면 입꾹닫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초에 자기가 어려워지는 페널티상태, 위험한 상태로 들어가는 것을 솔직히 누가 하겠는가?
상대방 속여서 이겨먹거나, 조져먹거나 하고 싶을 뿐이지.
근데 이 전략이 적을 공격하는 것보다도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내가 체력이 있으니까 죽지않을 딱 그만큼 적의 힘을 뺐다는것 자체가
공격할 수 없는 타이밍에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이 되어버린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시청자 입장에서 페이커 갈리오는 솔직히 말이 안되게 빠른 타이밍에 들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거의 자살하는 느낌이다.
허접들은 '아 그냥 우리팀 버려' 라고 할수도 있을만한 상황에서 그냥 들어간다.
너무 위험한 4:1 상황을 만들고 마치 적들에게 '이길 것 같은' 기분을 쥐어준다.
안달이 나게되고 마치 다 온것처럼 느끼게 환상을 심게된다.
그때쯤 존야갸 켜질 뿐이다. 있다는것을 알고있어도 어쩔수없이 공격해야만한다.
적들의 공격을 모두 흡수하고 위치도 무너뜨린다.
적절한 타이밍에 같은 팀이 도착하고
우리팀이 너무나도 손쉽게 잡아먹게 한다음 게임을 끝내버린다.
진짜 별거아닌것같지만 다잡은 것같은 게 죽지않으면 사람의 심리는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 페이커는 항상 말이 안되는 것 같이 훨씬 빨리 들어가서 모든 어그로를 끈다.
시청자들이 손에 땀을 쥐고 볼 정도로 기만스러운 타이밍이다.
그래서 같은 팀원은 진짜 부랴부랴 땀나게 뛰어오게되는 그림을 많이 보게된다.
내가보기에는 페이커의 이러한 빨아들이는 액션이 핵심적인 힘인 것 같다.
이런 시도들을 하려면 컨트롤도 좋아야하고, 죽었을 때 욕먹을 각오도 해야되며 모든것이 자기 책임이 되어버릴 수 있다.
근데 이미 그런 것들을 많이 해와서그런지 컨트롤도 사기적이고 죽지도 않는다.
체력이 낮은 상태인 위험에 노출된 빈도가 아마 모든 프로게이머 중 가장 높을거라고 생각이 든다.
이 전략을 일반화해보자.
어떤 사람이 위험에 노출 될 때
1. 사회적인 이득이 생긴다. ( 적들의 세력이 약해짐 )
2. 본인의 위기관리능력, 컨트롤 능력이 강해진다.
3. 일부러 위험을 선택했기에, 대비가 가능하며 그렇기에 공포스럽거나 두려움이 적을 수밖에 없다.
4. 책임을 많이 져보기 때문에 타이밍계산이 쉬워진다.
[ 사회 손해 + 개인 이득 ] 만을 추구하는 시대에서
[ 사회 이득 + 개인 손해 + 개인 성장 ]을 추구하는 시대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